운전연습 3일차, 어쩌다 도로주행
오늘은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운전 연습하기 딱 좋은 날씨다.
아침이라 햇살에 조금 눈이 부시긴 했지만, 눈을 못 뜰 정도는 아니었고
바람도 신선하고 약간 쌀쌀하고 햇살은 따뜻한 정도.
아침부터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는데
남편이 조금 쉬다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10시가 다 되어 나간 듯 하다.
막상 차에 타자마자 지난 번에 공부했던 사이드미러 조절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 뭐야. 지난 번 집에서 공부할 때는 이제 미러 조절법은 마스터 했다고 생각했는데
망각곡선타고 스르르 뇌 속에서 사라진 공식들.
차창을 가로지는 선이 멀리 보이는 도로의 지평선과 얼추 만나는 1/2이 되도록 맞추는 건 기억나는데
내 차가 1/5정도 되게 조절한다는 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남편이 운전연습할 장소로 가는 동안 얼른 지난번 기록을 찾아보고 겨우 복습해서 1/5 기억을 되살림.
그리고 룸미러는 뒷쪽 헤드레스트가 살짝 보일정도로 조절하기.
운전연습할 장소에 도착해서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조절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남편 옆에서 속 터져 죽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직 멀었어?
응. 멀었어.
안전띠도 조절해야 하고...
사실은 사이드미러 조절하는 버튼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잊어버려서
슬쩍 조절하는 척 하며 이것저것 건드려봤다.
그러다가 운전석 내 자리 창 여는 버튼도 헷갈려서 막 뒷좌석 창을 열어버리고, 뻘짓
그래도, 뭔가 공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래저래 조절하니 알아가는 맛이 있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뭔가 이론없이 조절하려니
엄마가 요리 가르쳐주실 때, 소금 '좀' 넣고, 참기름도 '적당히' 넣는
좀과 적당히의 오리무중 세계였는데,
지금은 베이킹 할 때처럼 몇 g을 저울로 재는 정확한 계량의 세계로 넘어선 느낌.
P와 J의 세계라고나 할까.
개운하게 조절 마치고, 한번 스르르 주변을 운전해 본다.
남편의 지시에 따라 우회전도 해보고 좌회전도 해보고.
우회전 할 때 핸들을 확 꺾어라
노란선 밟지 말아라
왼쪽에 중앙선 침범하지 말고 돌아라
룸미러랑 사이드미러 세 개를 계속 번갈아가며 봐라
우회전하기 전에 깜빡이 넣어야지
좌회전하기 전에 미리미리 깜빡이 넣어야지
횡단보도 가기 전 흰색 실선 앞에서 정지 신호 지키기
너무나 요구사항이 많은..
요구사항이 많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운전을 못 하고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응, 모르니까 연습하잖아.
그래서 첫 번째 목표는 우회전하면서 밑에 노란 선 밟지 않고 돌아보기
그리고 핸들 꺾는 연습
확 꺾었다가 자연스럽게 핸들 풀기
평소에 기본 장착된 사이드미러만으로는 선 보기가 어려웠는데
사이드미러에 작은 원형 볼록거울을 하나 부착하니 밑에 차선보기가 쉬워졌다.
없던 볼록거울이 생기니 사이드미러의 시야가 좁아져서 처음에는 엄청 불편하다가
적응이 되고 나니, 차선을 볼 수 있고, 선의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장점이 더 커서
미러가 적게 보이는 불편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어차피 볼록거울로도 사이드미러에서 원래 보이는 것들도 함께 보이긴 하니까.
볼록거울을 통해 바퀴가 선을 밟는지 안 밟는지 확인하며 우회전하는 연습을 10번 넘게 하다보니
슬슬 핸들 감각과 미러보기 연습이 되어간다.
이제 행동반경을 조금 더 넓혀서 크게 돌아다녀 보기위해 큰 길로 나갔다.
나가서는 차선도 바꿔보고
신호등보는 연습도 하고
작은 공간에서 뺑뺑돌며 연습했던 우회전을 큰 도로에서 연습해 보고
유턴도 해보니 또 신세계.
다만, 차들이 없을 때는 면허시험장의 도로주행 시험보는 것 같더니
차들이 막 다가오니까 밀려오는 공포감에 털이 쭈뼛 서고 등에 땀이 날 것 같고 속이 울렁거렸다.
크게 돌아보는 연습을 3번 쯤 하는 와중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
남편이 지시한 차선에 끼어들기를 못 하고,
우회전하라고 했는데 차들이 많아져 무서우니 우회전을 못 했다.
그래서 직진하다보니 어,어. 회전해서 이상한대로 들어서기 시작.
어쩌다보니 터널도 지나고, 몇 차선의 큰 대로로 나가버렸다.
어쩌겠어. 계속 달려야지.
의도치 않게 내가 직접 운전해서 우리집 아파트 주차장까지 돌아왔다.
와!!! 내가 운전해서 집에를 다 왔네.
운이 좋아서 오긴 했는데 진짜 너무 무서워서 기절할 뻔함과 동시에
기분이 너무 좋은거다!!!! 아, 신나라. 또 나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