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를 탈출해 보겠습니다

운전연습 3일차, 어쩌다 도로주행

투게더 :) 2024. 10. 2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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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운전 연습하기 딱 좋은 날씨다.

아침이라 햇살에 조금 눈이 부시긴 했지만, 눈을 못 뜰 정도는 아니었고

바람도 신선하고 약간 쌀쌀하고 햇살은 따뜻한 정도.

 

아침부터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는데

남편이 조금 쉬다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10시가 다 되어 나간 듯 하다.

 

막상 차에 타자마자 지난 번에 공부했던 사이드미러 조절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 뭐야. 지난 번 집에서 공부할 때는 이제 미러 조절법은 마스터 했다고 생각했는데

망각곡선타고 스르르 뇌 속에서 사라진 공식들.

차창을 가로지는 선이 멀리 보이는 도로의 지평선과 얼추 만나는 1/2이 되도록 맞추는 건 기억나는데

내 차가 1/5정도 되게 조절한다는 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남편이 운전연습할 장소로 가는 동안 얼른 지난번 기록을 찾아보고 겨우 복습해서 1/5 기억을 되살림.

그리고 룸미러는 뒷쪽 헤드레스트가 살짝 보일정도로 조절하기.

 

운전연습할 장소에 도착해서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조절하는데

세월아 네월아. 남편 옆에서 속 터져 죽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으이그...

 

 

 

아직 멀었어?

응. 멀었어.

안전띠도 조절해야 하고...

사실은 사이드미러 조절하는 버튼도 어떻게 작동하는지 잊어버려서 

슬쩍 조절하는 척 하며 이것저것 건드려봤다.

그러다가 운전석 내 자리 창 여는 버튼도 헷갈려서 막 뒷좌석 창을 열어버리고, 뻘짓

 

무서워...

 

 

그래도, 뭔가 공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래저래 조절하니 알아가는 맛이 있다.

지난 주 까지만 해도 뭔가 이론없이 조절하려니 

엄마가 요리 가르쳐주실 때, 소금 '좀' 넣고, 참기름도 '적당히' 넣는 

좀과 적당히의 오리무중 세계였는데,

지금은 베이킹 할 때처럼 몇 g을 저울로 재는 정확한 계량의 세계로 넘어선 느낌.

P와 J의 세계라고나 할까.

 

 

개운하게 조절 마치고, 한번 스르르 주변을 운전해 본다.

남편의 지시에 따라 우회전도 해보고 좌회전도 해보고.

우회전 할 때 핸들을 확 꺾어라

노란선 밟지 말아라

왼쪽에 중앙선 침범하지 말고 돌아라

룸미러랑 사이드미러 세 개를 계속 번갈아가며 봐라

우회전하기 전에 깜빡이 넣어야지

좌회전하기 전에 미리미리 깜빡이 넣어야지

횡단보도 가기 전 흰색 실선 앞에서 정지 신호 지키기

 

너무나 요구사항이 많은..

요구사항이 많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운전을 못 하고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응, 모르니까 연습하잖아.

그래서 첫 번째 목표는 우회전하면서 밑에 노란 선 밟지 않고 돌아보기

그리고 핸들 꺾는 연습

확 꺾었다가 자연스럽게 핸들 풀기

 

평소에 기본 장착된 사이드미러만으로는 선 보기가 어려웠는데

사이드미러에 작은 원형 볼록거울을 하나 부착하니 밑에 차선보기가 쉬워졌다.

없던 볼록거울이 생기니 사이드미러의 시야가 좁아져서 처음에는 엄청 불편하다가

적응이 되고 나니, 차선을 볼 수 있고, 선의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장점이 더 커서

미러가 적게 보이는 불편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어차피 볼록거울로도 사이드미러에서 원래 보이는 것들도 함께 보이긴 하니까.

 

볼록거울을 통해 바퀴가 선을 밟는지 안 밟는지 확인하며 우회전하는 연습을 10번 넘게 하다보니

슬슬 핸들 감각과 미러보기 연습이 되어간다.

이제 행동반경을 조금 더 넓혀서 크게 돌아다녀 보기위해 큰 길로 나갔다.

 

나가서는 차선도 바꿔보고

신호등보는 연습도 하고

작은 공간에서 뺑뺑돌며 연습했던 우회전을 큰 도로에서 연습해 보고

유턴도 해보니 또 신세계.

다만, 차들이 없을 때는 면허시험장의 도로주행 시험보는 것 같더니

차들이 막 다가오니까 밀려오는 공포감에 털이 쭈뼛 서고 등에 땀이 날 것 같고 속이 울렁거렸다.

 

크게 돌아보는 연습을 3번 쯤 하는 와중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

남편이 지시한 차선에 끼어들기를 못 하고,

우회전하라고 했는데 차들이 많아져 무서우니 우회전을 못 했다.

그래서 직진하다보니 어,어. 회전해서 이상한대로 들어서기 시작.

어쩌다보니 터널도 지나고, 몇 차선의 큰 대로로 나가버렸다.

 

 

 

 

어쩌겠어. 계속 달려야지.

의도치 않게 내가 직접 운전해서 우리집 아파트 주차장까지 돌아왔다.

와!!! 내가 운전해서 집에를 다 왔네. 

운이 좋아서 오긴 했는데 진짜 너무 무서워서 기절할 뻔함과 동시에

기분이 너무 좋은거다!!!! 아, 신나라. 또 나가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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