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책이라고는 <월든> 밖에 몰랐는데 <시민불복종>을 우연히 알게되었다. 가볍게 들었다가 너무 재밌어서 기록으로 남기기.
<시민불복종>은 소로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쓴 글이다. 시민이 정부에서 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생각할 때 정부에 저항하는 뜻을 보여 주는 비폭력 시민운동을 말한다.
소로는 미국이 1846년 영토를 늘리기 위해 멕시코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과 흑인 노예제도가 정의에 어긋난 일이라고 보고,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하는 정부에 세금을 내면 이런 불의에 동조하고 돕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친척이 밀린 세금을 대신 내주어 감옥생활은 하루 밖에 하지 않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잘못된 정부에 저항하겠다는 의지가 더 굳어졌다. (처음에 이 에피소드를 읽었을 때는, 정부가 하는 일이 전쟁을 일으키는 일 만은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 소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이를 주제로 강연도 하고 글을 써서 발표한다.
발표된 글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대표적으로 톨스토이와 간디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간디야 비폭력 운동으로 워낙 유명한 인물이니 그러려니 싶은데 톨스토이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친걸까, 궁금했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불의와 권력에 맞서 저항 운동을 펼치는 많은 운동가에게 밑거름이 되었다. (<월든>도 그렇고, <시민 불복종>도 그렇고 소로는 100여 년이 훌쩍 지난 뒤, 150년이 지난 뒤에도 본인의 사상이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생각의 영토를 넓히고 시민 운동의 역사를 바꾸게 될 줄 알았을까.)
정부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뜻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국민이 정부를 통해 무엇인가를 이루기 전에 소수에 휘둘려 비뚤어지기 쉽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멕시코 전쟁을 보라. 전쟁은 몇 안 되는 개인이 상설 정부를 자신의 도구로 삼아 벌인 일이다. 국민은 전쟁을 일으키는 데 동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로의 글에 각 국 정부 지도자들을 대입해서 보아도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반박의 여지가 없어서 대단한 통찰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렇게 말할 용기를 가진 것이 대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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