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쓰러지지 않는다. (feat.P의 퇴사 선언)

투게더 :) 2024. 11. 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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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든 하루였다. 일정이 꼬여서 아침에 약속 장소에 갔다가 다시 집에 왔다. 컴퓨터를 백업하고, 푸름이(오늘부터 새싹이가 아니라 푸름이로 부르기로)가 오기 전, 다시 약속 장소로 이동. 어쩌다 보니 남들 출근시간 비슷한 시간에 나도 나가고, 퇴근 시간보다 약간 이른 시간에 집으로 오게 되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저 출근시간에 나가고, 퇴근시간에 이동만 해도 힘든데, 진짜 근무까지 하고 집에 와서 또 저녁준비까지 한다고? 상상이 안 된다. 그래도 다들 이렇게 살고 있겠지?
 
집에 오니 조잘조잘, 내가 집에 있을 때보다 더 다정한 푸름이. 할 말을 꾹꾹 눌러둔 시간이 많을 수록 이야기는 봇물 터지듯 터지나 보다. 저녁을 먹고, 웬일로 산책까지 했더니 머리가 정말 맑아졌다. 어제 밤에 P가 퇴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눈 앞이 깜깜하고 오늘 다니면서 계속 눈물이 터지려고 했는데 저녁이 되니 오히려 담담해졌다. 아니, 사실은 그런척 하기가 더 쉬워지더라. (굶어죽기야 하겠어? 차근차근 해결해보자.) 푸름이가 앞에 있으니, 내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약해지면, 푸름이가 더 불안하고, 무서울 걸 아니까. 그래도 나갔던 일은 정말 운이 좋게 시작이 되었다. 내일부터 차근차근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자. 
 
주말에는 아주아주 슬픈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푸름이가 있어도 집에서 실컷 울 수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집에서는 울기가 힘들다. 대신에 밖에 나가면, 혼자 걸을 때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을 수 없을 때가 가끔 있다. 오늘도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집에서는 P와 푸름이 때문에 감정을 꾹꾹 누르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영화. 내가 생각해도 정말 기발하다. 근데 뭘 봐야 안심하고 울 수 있지? 시간 날 때 슬픈 영화 목록을 만들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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