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픽, 폭싹 속았수다.
수고하셨습니다의 제주도 사투리라고 한다.
아래의 신문기사보고 보기 시작.
1960년대 제주 배경인 시대극
매주 4편씩 총 16편 순차 공개
남존여비 핍박속 애틋한 모성애
집안 반대에도 지고지순 로맨스
두 모녀 이야기로 ‘사랑’ 그려내
1950년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열 살배기 꼬마들이 50년이 지나고도 서울에서 이어가는 지고지순한 사랑, 그 숭고함을 이야기한다. 남녀의 사랑이 씨실이라면 어미의 사랑은 날실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지배하던 그 시절, 엄마는 딸을 건사하기 위해 아등바등 산다. 돈독 올랐다는 손가락질에 “귀신이 무섭나? 자식이 무섭지! 저승 돈 벌어와 이승 자식 쌀독 채워놓을 랍니다”라고 대거리한다. 어미의 내리사랑, 그 위대함은 한계가 없다. 지난 7일, 4부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폭싹 속았수다’다.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가 쓰고, ‘나의 아저씨’ ‘미생’의 김원석 PD가 찍었다. 두 사람이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채색한 이야기는 뭉클하고 탐스럽다.
60년대... 현재와 크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드라마를 통해 지켜보니 여자에게, 특히 제주도 여자에게 정말 가혹했던 시절이다.
1960년 3월 제주에 사는 전광례(염혜란)는 잠녀(해녀)다. 서방을 바다에서 잃고 새 시집을 갔다. 오 씨 집안에서 낳은 애순(아이유)은 두고 왔다. 하지만 항상 엄마 곁을 맴도는 애순이 명치의 가시처럼 걸린다. 두 번째 남자 사이에서 애를 둘 더 얻었다. 그래서 돈이 궁하다. 남들보다 더 오래, 깊이 잠수하며 전복 하나 더 따는 이유다.
애순은 그런 어미가 못마땅하다. ‘전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라는 시를 짓는다. 이 시를 보고 오열한 광례는 아비 죽고, 어미 떠난 삼촌집에서 식모살이하는 애순을 데려온다. 타들어 가는 속을 담배로 달래던 광례는 “숨으로 사는 잠녀가 담배까지 피면 죽고 싶어 환장한 거래”라는 말에 담배를 불구덩이로 집어던진다.
그런 어미가 병을 얻는다. 봉숭아물을 들이며 “꽃물 빠질 때쯤 되면 산 사람은 살아져”라는 어미의 유언을 듣는 애순의 나이, 고작 열 살이었다. 화톳불에 전복을 구워 애순 입에 넣어주며 “팔면 백환, 똘래미 주둥이 들어가면 천환”이라는 어미는 “부모 다 죽어도 자식은 살아져”라고 다독인다. 그렇게 애순과 그 동생 둘을 두고 세상을 떠난 광례는 스물아홉이었다.
그 옛날, 어미는 오직 자식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아비 잃은 자식새끼 손가락질받을세라 더 독하게 굴고, 억세게 채찍질했다.
애순은 내내 운다. 아비를 잃어 울고, 어미가 떠나 운다. 학교에서 당당히 투표에서 이겼지만 크림빵을 돌린 부잣집 남자아이가 급장이 되자 서러워서 또 운다. 어미가 떠나는 날, 소복을 입은 열 살배기의 눈에서는 소나기가 내린다. 그때마다 애순 곁을 지키며 내내 전복, 생선을 건네는 아이가 있다. 관식(박보검)이다. 그는 말한다. “울면 배 꺼져. 먹으면서 울어.”
관식은 어물전집 아들이다. 애순네서 고기 5마리를 사면 꼭 6마리를 건네며 말한다. “가족이 여섯인데, 왜 다섯 마리만 사요?” 애순까지 먹이라는 거다. 그럼에도 애순은 어린 마음에 “내가 불쌍하냐? 불쌍해서 자꾸 먹여 대?”라고 묻는다. 그러자 “불쌍해 먹일 거면 걸뱅이 줬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숙맥 관식이다운 고백이다.
더 나이 먹은 관식은 여전히 애순의 주위를 맴돈다. “먹이기만 하고 꼬시지를 않아”라고 타박하는 애순에게 관식은 “너랑 살고 싶다”며 냅다 ‘입박치기’ 한다. 제주의 유채꽃이 흐드러진 날이었다. 하지만 관식네 부모는 고아에 중졸인 애순이 눈엣가시다. 애순네도 “도시로 가 납땜 여공으로 취직하라”고 등 떠민다. 결국 두 사람은 부산으로 도망간다. 애순이 제주에서 제일 멋없는 관식에게 시집가는 이유는 “무쇠 같아서”다. 배는 곯아도, 마음은 안 곯게 할 남자라는 뜻이다.
사랑의 도피는 오래가지 않아 끝난다. 무당으로 살아온 관식의 할머니는 “정분으로 사람 안 죽는다”며 억지로 둘을 떼 놓는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애순은 돈 많은 선장과 결혼을 앞두고 예복을 맞추다 뛰쳐나오고, 관식은 출항한 배에서 뛰어내린다. 정분으로 사람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열 살에 엄마를 잃은 애순은 열여덟에 엄마가 됐고, 애순만 바라보던 관식은 열아홉에 아빠가 됐다. 여기까지가 4부다.
“제주서 여자로 태어나느니 소로 태어나는 게 낫다고 엄마가 그러데요.” 이 가르침을 받은 애순은 대학에 가고 시인이 되는 게 꿈이다. 청마 유치진의 시집을 끼고 산다. 그런 애순에게 잘 보이려 관식은 뜻도 모른 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유치진 ‘깃발’)을 왼다.
‘폭싹 속았수다’는 어미의 어미, 또 그 어미의 어미의 이야기다. 딸이 딸을 낳으니 천대받는 아이러니다. 며느리도, 그 며느리를 타박하는 시어머니도 여성이다. 그리고 시할머니는 “아들을 낳으라”며, 액땜한다며 애순에게 연신 팥을 던진다. 하지만 그 안에 누구도 악인은 없다. 여성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시대상만 있을 뿐이다. 그런 엄마의 삶에 답답해하는 딸에게 엄마가 “엄마 인생도 나름 쨍쨍했어, 딸이 엄마 인생도 인정해주라”고 당부하는 대목은 먹먹하다.
이 시대를 대변하는 소품과 표현들은 인상적이다. 부산은 ‘직할시’고, 다방에서 “엽차 달라” 한다. 장거리 통화가 끊길세라 공중전화에 연신 동전을 넣는다. “수영복 없이 사각팬티 입고 우승을 차지한 조오련” 소식이 라디오 뉴스에서 흘러나오고, ‘간소복 입기 운동’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추억의 캠페인이 장면마다 포착된다.
‘폭싹 속았수다’를 제대로 즐기려면 귀를 열어야 한다. 한국 최초의 사이키델릭 로커였던 김정미의 ‘봄’, 바람’이 메인 테마로 쓰이고, 김추자의 ‘소문났네’, 고(故) 장덕의 ‘얘얘’ 등이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온다. 1남 5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난 김정미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어우러진 음률은 질곡의 현대사를 버틴 부모 세대, 그리고 항상 그늘에 서 있던 어미들을 위한 헌사를 담은 이 작품과 찰떡같이 붙는다.
‘폭싹 속았수다’는 향후 매주 4편씩 공개된다.
어제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2회차까지 봤나... 개인적으로 박보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서의 연기는 이전보다 돋보이는 것 같다. 아이유 아역이 연기할 때, 염혜란 배우 죽는 씬에서 엄청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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