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잔뜩 들어오는 가을날, 정말 기분이 좋다.
이런 예쁜 날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 봄과 가을은 정말 사계절 중 한달살이로 지나가는 손님이 되었다.
우리 집 가을아이도 좋아하는 가을가을한 날씨.
어제는 친정어머니가 직접 기르시고, 말려서 빻아주신 귀한 고춧가루와 역시나 직접 기르신 무, 대파, 새로 담그신 총각김치가 택배로 도착했다. 얘네들도 가을이면 만나는 친구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년간 꼭 11월 중순, 김치와 야채 택배를 받았던 것 같다. 이런 소중한 추억들도 꼭 기록해 두어야지. 부모님이 언제까지 보내주실는지. 예전에는 이거 받으면 정리하기 귀찮아서 (지금도 그렇긴 하다) 택배 받기가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내가 받기 싫어도 부모님 취미려니, 그분들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려니 하고 만다. 이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3년? 2년? 언젠가 가을이면 이런 택배가 생각날 날도 오겠지?
이제 11시에는 꼭 취침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7시에 일어나려니 몸이 너무 무겁더라. 낮에는 너무 따뜻한데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면서 아침이 무척 힘든 시기. 오히려 겨울보다 몸이 새로 겨울로 적응해가는 이때가 더 피곤한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딱 입동이 지났다. 이럴 때 보면 진짜 절기는 과학이다. 아직 학창 시절이 끝나려면 까마득한 아이를 키우는데, 이런 체력으로 어떻게 뒷바라지할까 싶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직 몸이 버틸만해서 배짱인 건가. 다 핑계인 건가 싶기도 한 걸 보면 아직 젊다.
그래도, 오전부터 산부인과에서 걸려온 전화.
병원인데요, 지난주 피검사 결과가 나와서요. 폐경이 맞으시네요.
특별한 이상이나 질문 없으시면 그냥 알고계시면 됩니다.
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는 간호사가 괜시리 야속하다.
자궁근종이 5cm로 커져서 6개월마다 검진을 받기로 했었다. 건강검진을 했던 어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5cm 정도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시고, 지금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면서 지켜보자고 하셨다. 봄에 진찰을 하면서, 좋다고 해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폐경기에 있으니 폐경이 되면 오히려 근종 크기가 작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6개월 후에 오라고 하셨는데 가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7개월 차가 되어서야 급하게 예약을 하고 병원을 방문했더랬다. 접수를 하며 상담간호사가 묻는다. 마지막 생리는 언제 하셨냐고.
올해 생리를 한번도 안 했어요.
그럼 폐경이신가요? 폐경검사는 해보셨나요?
그런 게 있어요?
네. 그럼 진료 보실 때 의사 선생님과 상담해 보세요. 하더라.
진료를 받으며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단순히 생리를 안 한다고 폐경이 아니라 하신다. 일 년에 생리를 두 번만 하는 사람도 있고, 생리의 유무만으로는 폐경여부를 알 수 없어서 피검사를 통한 호르몬 검사를 통해 정확한 폐경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자궁초음파상으로만 봐도 폐경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어딘가 초음파사진을 보며 이렇게 하얗게 되어 있으면 보통 폐경기로 봅니다. 하고 설명을 해주셨던 것 같다. 불과 지난주인데도 가물가물. 그렇게 폐경여부를 알기 위해 피를 뽑아 호르몬 검사를 한 결과가 오늘 전화로 통보된 것이다. 간호사 말로는 폐경 이후에 홍조나 불면증같은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잘 때가 다 되어도 잠이 안 오는 건가. 그런데 막상 그때 잠들지 않으면 엄청나게 몸이 피곤한 상황. 지난여름에는 날씨까지 더우니 어찌나 잠이 안 오던지.
이렇게 내 몸에도 겨울을 맞기 위한 가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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