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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소감 & 관련 기사

투게더 :) 2024. 12. 1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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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연설 뒤 ‘작별하지 않는다’가 낭독된 까닭

 

한강 노벨상 연설 뒤 ‘작별하지 않는다’가 낭독된 까닭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타전된 작가 한강(54)의 30여분 ‘ 노벨상 연설 ’을 한마디로 추리자면 질문에서 질문으로 고통스레 이어지는 30년 작품 세계다. 전 작품이 ‘연작’인 양, 그 질문은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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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타전된 작가 한강(54)의 30여분 ‘노벨상 연설’을 한마디로 추리자면 질문에서 질문으로 고통스레 이어지는 30년 작품 세계다. 전 작품이 ‘연작’인 양, 그 질문은 절망, 염세, 죽음으로부터 서서히 “응시하고 저항하며” 비관하지 않고 낙망하지 않고 죽지 않는 세계로 물어 나아가려는 작가 스스로의 구도와도 같다 하겠다.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

 

연설을 통해 한강이 언급한 작품은 모두 6종이다. 설명대로라면 ‘채식주의자’(2007), ‘바람이 분다, 가라’(2010), ‘희랍어 시간’(2011)이 절망에서 ‘절망하지 않음’으로 나아가는 문학적 증거다. 가해든 피해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견딜 수 있는가, 하여 인간은 존엄해질 수 있는가, 질문이 질문을 파헤친다. 

 

다른 2종이 한림원에 의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관한 “증언문학”으로 평가받은 5·18 광주 배경의 ‘소년이 온다’(2014)와 4·3 제주의 ‘작별하지 않는다’(2021)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고통을 고백해온 독자들이 던져준 “어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인 것일까”란 질문이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 결과물이다.

 

이는 정확히 ‘작별하지 않는다’에 수렴 재현된다. 작중 경하는 5·18 소설을 쓰면서 악몽을 꾼다. 그러나 출간 뒤에도 악몽은 사라지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는 것과 작별하려 했기 때문이다. 경하의 말마따나 “언젠가 고통을 손쉽게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바랐기 때문이다. 그 경하가 친구 인선의 요청으로 제주 중산간 빈집에 홀로 남겨진 새(‘아마’)를 돌보러 눈보라를 헤쳐 간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이가 죽은 인선의 엄마다. 4·3 때 살아남았던 강정심. 5·18과 4·3이 연결되고, 사랑이 고통으로 이어져,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는 시적 서사가 가능해진다.

 

한강의 연설 뒤 한림원이 마련한 스웨덴어·영어 낭독 작품이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인 이유이겠다. 

그 모든 질문의 시작은 여덟 살 소녀의 시에 담긴 “사랑은 어디 있을까?”라는 질문, 즉 ‘사랑의 궁구’라는 게 작가의 말이다. ‘흰’(2016)의 형식을 잇는, 2025년 예고된 노벨 문학상 이후 첫 작품도 그 질문으로 독자와 연결될 것이다.


 

 

 

한강이 10일(현지시간)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연회에서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 이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회에는 스웨덴 국왕과 수상자들, 노벨 재단과 한림원 주요 인사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이 자리에서 영어로 4분가량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노벨상 강연에서처럼 여덟 살 때 기억을 회상하며 소감을 시작했다. 강연에서는 여덟 살 때 쓴 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봤다.

한강은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다”며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한강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4.12.11/뉴스1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다”며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했다.

그 깨달음이란 “나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며,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고 내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며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을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는 것,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빗댔다.

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그는 시상식 내내 의자에서 허리를 떼고 두 손을 다리 위에 가지런히 놓은 모습이었다. 무대 뒤 2층에 자리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꼿꼿한 자세를 시상식 내내 유지했다. 한강은 국왕과 한림원 회원들, 객석을 향해 차례로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은 수상 소감 전문.

폐하, 왕실 전하,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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