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도 눈물나는 판결문이라고 적었지만 과연 나는 제3자일까. 나 역시 간접적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투자자로서 이같은 전세사기가 대한민국 전체에 불러일으킨 시장의 상황(전세기피, 빌라기피, 월세상승) 등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가. 집이라는 주거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동산 투자자이고, 누구나 시장 참여자이다. 단순히 임대인, 임차인만이 시장 참여자, 부동산 투자자가 아니다. 그러니 모두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 이상 이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간혹, 당장 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몰라서 당하는 것도 피해자 탓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진다.
결정적으로 이 사기범이 최고형을 받든말든 피해자들의 피해복구는 안 되고, 시장 분위기도 변하지 않는다. 그럼, 이 모든 사람이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고 서서히 침몰하는 배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 당장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배가 기울어지고 한편으로 쏠리면 결국에는 모두 미끄러져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최고형을 구형한 판사님이 존경스럽다. 금전적 손실도 모자라, 2차 가해로 정신적 피해까지 가중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 편에서 서서,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공감해주고, 최고형을 통해 심적인 위로라도 전하는 재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하지만, 사기꾼들은 이 정도로 교훈을 얻지 못 한다. 아직 멀었다.